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면 그의 삶을 이끈 정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유구한 역사에서도 중심을 관통하는 정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듭되는 흥망성쇠의 역사 속에서 유유히 그 흐름을 이어간 정신은
공동체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마침내 오늘에 이릅니다.
개인과 국가의 정체성은 정신에서 비롯됩니다.
정신을 바탕으로 정체성이 든든하게 서면
그것을 토대로 우리의 삶도 역사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체성이 빈약하면 시련과 고난을 헤쳐 나갈 힘을 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숱한 시련을 겪었고,
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첨예한 경쟁과 대립각을 세운 국제 정세 속에서
힘겹게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크나큰 도전 과제를 짊어진 대한민국에 지금 가장 절박한 일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정신의 뿌리를 살리는 것입니다.
그 뿌리정신으로 온 국민이 한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익히 아는 뿌리정신이 있습니다.
이 땅에 처음으로 국가 개념의 공동체가 설 때 건국이념으로 천명한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철학이 우리 정신의 뿌리입니다.
나라를 세우면서 국가의 운영 철학을 밝힌 것은 동서고금의 세계사에서 찾기 힘든 사례입니다.
‘두루 도우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다짐은 우리끼리 잘사는 데서 나아가,
이웃 나라나 부족들과도 화합하며 공존공영을 이끌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 군자국, 어진 사람의 나라, 동방의 빛이라 일컬은 것은
이러한 정신이 실제로 살아있는 문화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홍익’은 우리 주변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말이 됐습니다.
말의 가치가 내면화 되지 않은 바에는 말하지 않는 편이 덜 부끄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것은 홍익이 우리의 뿌리정신이고,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되살려야 할 만큼 크나큰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정신의 가치를 살리는 것이 국학의 임무입니다.
또한 이를 문화로 일으켜 널리 알리는 것이 국학원의 일입니다.
우리 정신문화는 대한민국에 한하지 않고
인류평화를 도모할 세계정신으로 확산될 수 있는 큰 힘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학이 아니고 국학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국학과도 융화하여
평화롭게 공존공영하는 세상을 이루자는 큰 희망이 국학에 담겨 있습니다.